말 없이 말하는 것에 대하여


멘델스존 ‘Songs Without Words’

멘델스존이 ‘무언가’를 처음 썼을 때 그게 뭔지 설명하지 않았다. 말 없는 노래. 가사가 없는데 노래라고 불렀다. 이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말이 없어도 노래는 노래다. 오히려 말이 없어서 더 노래에 가까운 것들이 있다. 무언가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생각이 났다. 이건 말이 없는데 뭔가를 말하고 있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계속 들었다.

무언가는 총 48곡이다. 멘델스존이 평생에 걸쳐 썼다. 하나씩 쓴 게 아니라 여러 권의 소품집으로 묶어서 출판했다. 첫 번째 소품집은 그가 스물한 살 때 나왔다. 마지막 소품집은 그가 죽고 나서 나왔다. 그러니까 이 음악들은 그의 거의 전 생애에 걸쳐 있다. 스물한 살의 멘델스존이 쓴 음악과 서른여덟 살의 멘델스존이 쓴 음악이 같은 이름 아래 묶여 있다. 그게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자연스럽다. 같은 사람이 쓴 것들이 다 조금씩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처럼. 사람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동시에 있는 것처럼.

피아노 음악이다. 피아노 한 대가 다 한다. 반주도 없고 오케스트라도 없다. 그냥 피아노 혼자서 노래하고 반주하고 쉬고 다시 시작한다. 그 방식이 좋았다. 혼자서 다 하는 것. 혼자서 다 한다는 게 외롭다는 게 아니라 충분하다는 거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 더 필요하지 않다는 것. 멘델스존의 피아노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충분함이 느껴진다. 유키 구라모토의 피아노가 빈자리와 같이 있어주는 음악이라면 멘델스존의 피아노는 그 자체로 완결된 음악이다. 시작하고 끝난다. 끝나고 나서 다음 곡이 시작된다. 그 사이의 짧은 침묵이 있다. 그 침묵도 음악의 일부인 것 같다.

48곡 중에 제일 유명한 건 아마 5번 소품집의 ‘봄노래’일 것이다. 경쾌하고 빠르고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근데 나는 그것보다 덜 유명한 곡들이 더 마음에 걸렸다. 예를 들면 1번 소품집의 세 번째 곡. ‘사냥의 노래’라고 불리는 곡인데 이름이랑 음악이 잘 안 맞는 것 같다. 사냥이라기엔 좀 조용하다. 뭔가를 쫓는다기보다는 그냥 걸어가는 것 같다. 천천히. 어디를 향해 가는지 모르는 것처럼. 그 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이름이 사냥의 노래가 아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이 붙으면 기대가 생기고 기대가 생기면 음악이 그 기대를 이기거나 지거나 해야 한다. 이름이 없으면 그냥 들을 수 있는데.

멘델스존은 음악에 표제를 붙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언가에 붙은 이름들도 대부분 그가 붙인 게 아니라 나중에 출판사나 연주자들이 붙인 거라는 말이 있다. 그러면 멘델스존이 원래 원했던 건 이름 없이 듣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가사도 없고 이름도 없이. 그냥 음악으로만.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뭔가를 들을 때 항상 뭔가를 덧붙이는 것 같다. 이건 이런 느낌이다, 이건 저런 것 같다, 이 부분은 이것을 표현한 것 같다. 그러지 않고 듣는 게 어렵다. 멘델스존이 말 없는 노래를 쓴 것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말을 빼면 듣는 사람이 덜 덧붙일 것 같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덧붙인다.

이 음악을 비평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쓰면서 계속 생각했다. 좋다고 쓰면 좋다는 거고 별로라고 쓰면 별로라는 건데 그게 이 음악에 대해 뭔가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멘델스존이 말을 빼서 만든 음악에 대해 말로 뭔가를 쓴다는 게. 그래도 쓴다. 쓰지 않으면 들은 것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까. 들었다는 것을 어딘가에 남겨두고 싶으니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사람들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이 음악도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딘지는 모른다. 그냥 그 방향으로 흘러간다.

48곡을 다 듣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하루에 다 들은 적도 있고 며칠에 나눠서 들은 적도 있다. 어떻게 들어도 달랐다. 같은 곡인데 그날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들렸다. 그게 이 음악이 잘 만들어진 거라는 건지 아니면 내가 매번 달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아마 둘 다일 것 같다. 음악이 고정되어 있는데 듣는 사람이 달라지면 다르게 들린다. 그게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다. 같은 것인데 매번 처음 듣는 것 같은 것들이 있다. 무언가가 그렇다. 아직도 다 들은 것 같지 않다.